따뜻한 이웃
어제도 결국 3시가 넘어서 잠들 수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상당히 피곤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출근할 수 있었다.
고디바 초콜릿도 받긴 했는데
사실 입맛이 없어서 굳이 먹을 생각은 없는데
이걸 먹지도 않고 굳이 이 시점에 올렸어야 하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받은 시점에 올리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사진도 찍혀있어서 그냥 올리기로 했다.
회사에서는 그냥 정신없이 업무만 진행하다가
점심은 오늘도 간단하게 단백질 음료만 먹었는데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걱정을 해주시고
영화를 보러 가자, 술을 먹으러 가자, 같이 저녁을 먹자 등 걱정,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자고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먹는 상태기도 하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길에는 팀장님과 같이 걷다가 지하철까지 배웅해드렸는데
팀장님이랑은 워낙 둘이 대화할 기회도 많아서 그런지 이번에는 가볍게 와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고
쓰랄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와 워크래프트의 주인공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돌아가던 길 회사 분을 또 만나게 되었는데
어떻게 다들 나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지 저쪽에서부터 먼저 눈이 휘둥그레져서 다가오고 계셨다.
사실 집 방향이 반대편이라 이 위치에서 날 볼거라고 생각 못하셨을 것 같긴 해서 이해되는 리액션이었고
다시 사소한 대화를 하면서 지하철까지 가는데 이런저런 걱정을 해주셨다.
두번쨰 지하철이 끝나고 회사 근처에서 잠깐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팀 팀장(?)님이 지나가고 계셔서 인사했는데
마침 그분도 퇴근을 지하철쪽으로 하셔서 같이 또 지하철까지 걷게 됐다.
옆팀장님도 뜬금없는 장소에서 뜬금없는 시간에 만나서 그런지 이런저런 걱정을 해주셨는데
같이 저녁을 먹자는 이야기도 해주시고 회사 생활에 대해 고민이 있는지도 물어보시고
스터디 관련 대화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하철까지 또 오게 되어버렸다.
생각이 많아서 걷게 되고 대화하고 있으면 생각을 안하게 되서 더 좋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굳이 회사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 것 같기 때문에
오늘을 마지막으로 지하철쪽 밤산책은 그만두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집 방향으로 산책을 하던 아니면 남몰래 조용히 어딘가에 박혀있어야 할 것 같고
입맛이 없어서 점심은 먹지 않고 그나마 대화라도 같이 하려고 단백질음료를 들고 같이 점심식사자리에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행동이 더 시선을 끌었던 것 같아서 내일부터는 그냥 집에서 뭘 먹고 온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뭔가 굳이 먹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순대볶음을 하려고 샀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먹고 조금 남은 순대가 눈에 들어왔고
이것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아서 그냥 대충 순대를 먹기로 했다.
막상 순대를 하나 먹는데 입맛이 없어서 그런건지 먹기 쉽지 않았고
이럴 때 청양고추라도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로켓배송 금액제한을 제외하더라도 내일 새벽에 오기 때문에 의미없는 생각이었다.
이제 그냥 다 내려놓은 심정이라 뜬금없지만 입주민 단톡방에 청양고추 하나 줄 사람을 찾았는데
순대를 반쯤 먹은 시점에서 고추를 준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엘레베이터 앞 문고리 전달 방식으로 청양고추를 주신다고 놓고 가셨고
드릴게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최근에 구매한 단백질 음료라도 하나 넣어두고 왔다.
청양고추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매콤하기는 했고
어쨌거나 매콤한 고추와 같이 먹으니 느끼함이 가셔서 그런지
먹기 힘들던 순대도 다 먹을 수 있었다.
오전에 잠깐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종일 우울한 상태였는데
그냥 자포자기로 더는 못먹겠어서 올린 글에 바로 나눠주시는 이웃을 보니
뭔가 재미있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하고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이미 지금도 늦은 시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평소보다는 일찍 잠들면 6시간이라도 잘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