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복 느낌에 인바디를 재야 하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가게 되면 또 애매하기 때문에 그냥 헬스장으로 바로 향했다.
체지방은 줄고 골격근은 늘고 체중도 줄고 이번에는 괜찮은 수치였는데
사실 0.1단위는 크게 믿을 수 없고 그냥 무게가 줄었어도 둘다 좋은 쪽으로 바뀐다면
최소한 무게는 줄었어도 근육량은 유지는 됐겠거니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운동을 시작했다.
주말이라 청소도 한번 하고 분리수거도 해줬는데
정신이 없는건지 박스에 찍혀서 손에서 피가 나버렸다.
사실 찍혔다기보다는 큐티클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하는 부분쪽이 밀려서 내부에서 피가 나온건데
제대로 찢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부분이 밀려나면서 이렇게 피가 나올 수 있나 의아했다.
어쩌다보니 시간이 좀 지나기도 했고 뭘 먹을 생각도 딱히 없어서 그냥 점심은 걸렀는데
운동 후 단백질음료를 하나 마셨기 때문에 그정도면 영양분은 어느정도 있지 않나 싶었다.
예행연습 겸 얼마나 걸리나 대충 재면서 했는데
처음에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버려서 이런저런 도구 준비까지 거의 40분이 넘게걸려버렸다.
사실 깍지도 처음 쓰기도 하고 위에 이것저것 뿌리면서 시간을 그냥 판판한 것보다 많이 썼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기는 했는데 모양도 그냥저냥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코코아파우더를 조금 미니체에 올렸다고 생각했지만
코코아파우더 조금이 엄청난 양이었고 결국 올린 양의 반정도만 썼는데 이건 너무 많다 싶어서 나머지는 버려야 했다.
두번쨰는 다른 깍지를 써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고
결국 원형으로 이쁘게 둘러싸려다가 어중간하게 내부까지 채워서 그냥저냥 어떻게 크림만 소모해버렸다.
그래도 긍정적인건 이전보다 코코아파우더를 적당히 뿌리는 절제력을 배울 수 있었고
휘핑부터 데코 및 파우더 뿌리기까지 21분 정도만에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전에서 만들 경우 휘핑 8분을 빼면 13분인데 휘핑 3번치를 한번에 10분만에 하면 39분 + 10분으로 49분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1시간이면 어떻게 3판 아이싱이 가능해 보였다.
케이크는 일단 냉장고로 넣어서 조금 굳혔는데
첫번째 케이크는 오버휩이라는 내용이 생각나서
두번째는 좀 모험이지만 평소보다 조금 덜 휘핑했더니 의외로 케이크에 더 잘발리는 느낌이 들었고
위에 뿌리는 경우에는 조금 더 힘없는 느낌이 있어서 용도에 따라 분리해서 만들어야 하나 싶긴 했다.
저녁은 간단하게 떡볶이를 해먹었는데 만두를 넣어서 내부 야채소가 육수를 어느정도 만들어줬기 때문에
오뎅, 육수, 다시다 없이 나쁘지 않은 맛의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다.
희망자가 원래 6분이셨는데 한분은 여행, 한분은 본가라고 하셔서 총 4분이셨고
중간에 희망자가 한분 늘어나셔서 일단 제일 무난한 여섯조각으로 나눴다.
사실 희망자가 없으면 내가 한조각씩은 맛보려고 했는데
그 뒤에 두명이나 더 희망자가 나와서 한분은 드시지 못했고
나도 먹지 못하고 여섯분에게 나눠드리게 됐다.
케이크 나눔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다들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었고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번개 등 이야기도 나오는걸 보면 입주민들끼리 더 화목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엘레베이터에서 모르는 얼굴을 보더라도 다들 반갑게 인사해봐야겠다.
처음에 비싼 초콜릿을 가져오신 분이 계셔서 감사인사를 하려고 하다가
아직 받지 못하신 분들이 부담스러우시거나 뭔가 챙겨오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인사는 모두 나눠드린 다음으로 미뤘는데
그래도 대부분 이것저것 하나씩 주셔서 뭔가 먹거리가 풍족해졌다.
여기서 제일 특이한건 일본산 소화제인데
일본어라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일단 소화제라고 하시니까 그렇겠거니 하긴 하지만
도대체 왜...? 소화제를 주셨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고 재미있었다.
쌀국수도 군대에서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쌀국수에 멸치에 참치까지 같이 주셔서 뭔가 있는거 다 긁어오신 것 같은 느낌이었고
바나나우유 위에는 대추인데 대추가 저렇게 큰건 처음 보기도 하고
대추를 먹지 않는데 저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하고
초콜릿도 보니까 만오천원이나 하는 엄청 비싼 초콜릿이던데
내가 먹기에는 아까운데 저걸 어떻게 누구에게 줘야 하나 고민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늘은 재미있는 하루였고
멀리서 찾지 않아도 이웃이 같은 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